용의자들 l 09 -

성폭행범 몽타주 못그려 닮은 형사사진 전단배포(여울목)

[국민일보] 1995-04-22 23면  사회  가십  339자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22일 국교생 성폭행미수사건을 수사하면서 범인의 몽타주 대신 형사계 오모경장(41)의 전신사진을 넣은 수배전단 2천여장을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경찰은 지난 15일 수원시 매탄동 성일아파트 옥상에서 30대 남자에 의한 성폭행을 피하려다 땅바닥으로 추락,중태에 빠진 이모양(11·국교6)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인상과 신체조건이 비슷한 오 형사의 사진을 수배전단에 실었다.

경찰은 『범인을 목격한 어린이들이 범인의 인상착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데다 오 형사와 체격과 용모가 비슷하다고 진술해 범인을 빨리 잡으려고 오 형사의 사진을 대신 넣었다』고 말했다.<수원=유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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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 형사를 그만두고 화성 일대를 지나다 옛 살인현장을 찾은 박두만(송강호). 한 여자아이로부터 며칠전 남자 하나가 예전에 했던 일들이 생각나서 이곳을 찾았다는 얘기를 듣는다.눈빛이 반짝이는 박두만. "그 사람 어떻게 생겼니?" "음∼ 평범하게 생겼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생겼는데." "음, 진짜 평범하게 생겼는데요." 답답하고 안타깝다. 왜 저 아이는 사람 얼굴을 저렇게밖에 묘사를 못할까. 아무리 평범해도 특징은 있을 텐데.

#'범인얼굴'의 재구성
이런 안타까움을 일상에서 다반사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매일 겪다보니 안타까움에 둔감해졌을지도 모른다. 경찰청 과학수사과 채증계(採證係) 몽타주반 직원들이다. 목격자의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범인 얼굴의 지도를 그리는 작업. '범인 얼굴의 재구성'인 셈이다.

팀은 의외로 단출했다. 팀장을 포함해 3명. 전국의 지방경찰청 소속 몽타주담당 직원을 합쳐도 18명뿐이다. 한달에 10건 정도 몽타주를 그린다고 한다.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지만 작업이 녹록지 않다. 말로 들은 걸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평균 3시간 정도 걸리고, 길 땐 10여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작업속도는 전적으로 목격자의 기억력과 묘사력에 달려있다. 범인을 오래 보았거나 인상이 강렬할 땐 작업이 편하지만 기억을 잘 못할 때엔 작업이 더디다.

옛날엔 손으로 일일이 그렸다고 한다. 과학장비가 처음 도입된 건 1995년. 미 연방수사국(FBI)이 쓰던 장비를 가져왔다. 그러다 99년부터 국내에서 개발된 장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장비는 입력된 얼굴의 대부분이 서양 얼굴이기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았던 것. 지난해 11월 현재 내국인 4,718명, 외국인 4,254명의 얼굴이 입력되어 있다.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좀더 완벽한 몽타주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

보람도 많다. 10년째 몽타주반에 근무중인 고재아씨(34)는 "KBS TV의 '공개수배 25시'에 내보낸 내가 그린 몽타주로 1년정도 부패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고 범인을 잡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거물을 잡은 적도 있다. 99년부터 10개월간 9명을 살해한 '부산 연쇄살인사건'의 정두영. 붙잡힌 뒤 "내 마음속에 악마가 들어있는 것 같다"고 말해 유명해졌다. 2000년 4월12일, 충남 천안에서 인질강도를 벌이던 한 남자가 붙잡혔다. 그를 취조하던 천안서 형사가 우연히 몽타주반 사무실에 들렀는데 붙어있는 정두영 몽타주가 인질강도범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결국 목격자와 대질한 결과 그가 정두영임이 확인됐다. 형사의 눈썰미가 대단했지만 절반은 역시 이들의 공이었다.

#몽타주 만들기
기자의 몽타주를 만들어 달라고 이상숙씨(36)에게 요청했다. 몽타주 작성과정을 보기 위해서였다.

성별을 선택한 뒤 저장된 수백개의 얼굴 데이터를 검색한다. 비슷한 인상의 몽타주를 찾아 기본얼굴로 설정하는 것. 그 다음에 부위별로 검색을 한다. 머리형, 이마, 눈썹, 눈, 코, 광대뼈, 뺨, 입, 턱, 귀 중 비슷한 몇가지를 골라 조합을 한다. 부위별로 몇개만 골라도 조합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분류표를 만들었다. 머리형의 경우 보통형과 스포츠형, '길다'와 '짧다' 등 4가지 분류체계. 눈썹은 진하고 흐리고, 길고 짧고 등으로 분류한다.

"얼굴이 기네요." 이씨가 기자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눈은 갸름한 편이고 코는 평범하네요. 입술은 두툼하면서도 엄청 크고요. 눈썹은 옅고 그다지 휘어지지는 않았군요."
최근엔 머리모양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톡톡 튀는 헤어스타일이 나오면서 데이터만 가지고는 다양한 머리모양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작성시간의 절반은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데 투자했다.

조합이 끝나면 부위별로 수정작업이 이어진다. 두꺼운 입술도 더 두껍게, 더 찢어지게. 턱은 좀 더 깎고, 안경모양과 색깔도 신경쓰고. 30여분 작업 끝에 '작품'이 나왔다.

"범죄형인가요?" 웃으며 물어보니 이씨는 "요즘은 범죄형이 없어요. 과거엔 범죄자들이 대부분 강렬한 인상이었는데 요즘은 평범하고 예쁘장한 얼굴이 많아요"라고 답한다. 최근에 작업한 용의자 얼굴을 보니 정말 이웃집 대학생같이 생긴 얼굴이 상당수다. '평범한' 범죄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작업도 어려워지고 있다.

글 김준일 기자 anti@kyunghyang.com
사진 박재찬 기자 jcphotos@kyunghyang.com

■취재수첩
쉽게 취재가 되리라 생각한 건 오산이었다. "언론에 소개되면 범인들이 전부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했다. 회사 명의로 경찰청장에게 협조공문까지 보내고 나서야 간신히 취재에 응했지만 그리 달가운 표정은 아니었다.

같은 사무실엔 '족흔적반'이 있었다. 범행 현장에 남은 '족적'을 분석하는 팀. 살인마 유영철이 부유층 연쇄살인을 저지르면서 '버팔로' 신발 흔적을 남겼고, 이를 토대로 경찰이 수사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특수수사기법'이 노출된다고 취재를 거부했다. 이들 직원이 띄운 컴퓨터 화면엔 온통 신발바닥이었다. 1만2천여개의 신발바닥 모양이 데이터화되어 있다고 한다. 새 신발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 신발바닥 데이터를 입력한다고 하니, 보통 '노가다'가 아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몽타주반 강무순 반장은 "범인이 알아서 안될 부분은 쓰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언론 때문에 범죄자의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을 끼는 건 이미 예사가 되었단다. 언론보도 때문에 범죄자가 장갑을 끼게 됐다는 발상이 쓴웃음을 짓게 했지만 이들의 철저한 직업의식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경향신문] 2004-11-23 M4면  총45면  생활·여성    2753자


서울 성북경찰서가 주한호주대사관에 침입했던 강도의 현상수배 전단을 제작·배포하면서 몽타주 대신 범인이 썼던 모자사진을 넣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전단에는 일본상표가 앞면에 찍힌 모자사진에 「강도상해 용의자 현상수배(100만원)」「짧은 머리에 이마는 약간 벗겨진 편」 등 만 적혀 있다. 경찰은 『증거물이 모자밖에 없고 피해자가 강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 몽타주가 아닌 모자를 전단에 실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증거분석반 몽타주반


서양화 전공 대전지방경찰청 정창길 경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8301802525&code=100100

http://www.fnn.co.kr/content.asp?aid=7eb09d302a23469791b5fe2d83ef755e&strParnt_id=70300000000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한 해 작성되는 몽타주는 350건 안팎. 이 중 실제 범인 검거에 유력한 단서가 되는 경우는 20% 가량이다. 작지 않은 수치다.

몽타주(montage)는 프랑스어로 조립을 뜻한다. 범죄 수사에서는 목격자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물론, 무의식에 남은 잔상까지 끌어내 이것을 조합해 범인의 얼굴을 '창조'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그래서 몽타주는 초상화와는 다르며,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몽타주 요원들 가운데 미술 전공자도 극소수다. 다만 그림에 재능이 있거나 관심이 있을 뿐이다.

몽타주 요원은 과학수사대(CSI) 소속으로, 대개 현장검증 요원이나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중에서 선발된다. 올 1월 선발된 새내기 몽타주 요원 10명 중 한 사람인 공은경(30ㆍ경기경찰청) 경장도 프로파일러 출신이다.

요즘 미술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다지고 있다는 그는 "용의자를 종합 분석하는 프로파일러 경험을 잘 살리면 몽타주 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에서 경찰이 몽타주를 탐문 수사에 처음 활용한 것은 1975년. 당시에는 스케치 중심의 초상화 기법이 유일했다. 요즘에는 포토샵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 대세가 됐다. 컴퓨터 기법은 96년 처음 도입됐는데 당시 국내 프로그램이 없어 미국 것들을 들여다 썼다.

"사람 손보다 정확하다는 컴퓨터를 썼는데 정작 완성된 얼굴이 너무 어색한 겁니다.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주로 서구인들 얼굴 데이터가 입력된 프로그램을 쓴 탓이었죠."(경찰청 과학수사센터의 권정택 경사)
경찰은 99년 1만1,000여개의 한국형 얼굴 데이터를 입력한 프로그램을 개발, 활용하고 있다. 얼굴 데이터는 전체적인 윤곽과 코, 눈, 광대뼈, 볼, 입, 턱 등 16개 부분별로 각각 1,000여개에 이르며, 해마다 업데이트 하고 있다.

전문 수사관들은 "몽타주는 가슴으로 그려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끔찍한 장면을 되살려야 하는 피해자나 목격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목격자의 기억이 흐릿할 경우 최면기법을 쓴다. 최면을 이용해 무의식이라는 암실 속에 있는 기억의 필름을 인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종종 수사관들이 피해자 또는 목격자의 감정에 동화되기도 한다. 김진수(39) 경사는 "지난해 성폭행을 당한 20대 여성의 진술을 들을 때였는데, 최면 상태에서 끔찍한 기억 때문에 우는 피해자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울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끌어낸 기억을 토대로 프로그램을 활용, 얼굴의 각 부위를 그려나간다. 이를 조합하는 마지막 단계는 수사관들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다. 각 부위는 기억과 일치하는데 전체적으로 조합해 놓으면 "이 사람이 아닌데…"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이미지 탓이다.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다른 이미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수사관의 '감'이다.

극장 간판 화가 출신으로 국내 최고의 몽타주 전문수사관으로 꼽히는 박만수(50ㆍ충북경찰청) 경위는 "이미지를 만榕爭뺨?마지막 단계가 가장 중요한데, 목격자로부터 '맞다! 이 사람이다!'라는 말이 나올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선 수사관들이 몽타주에 의지하는 것은 사건 발생 초기나 별다른 단서가 없어 수사가 난항을 빠진 경우다. 지난해 9월 서울 장위동과 미아동 일대 찻집 10여곳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박모(42)씨 검거에도 몽타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몽타주를 작성한 이창호 경사는 "DNA 분석 등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다들 몽타주에 기대를 걸었는데, 다행히 몽타주를 본 50대 목격자의 도움으로 범인을 잡게 돼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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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12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