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영토
그는 생각했다. 삶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지만, 너무 비겁하거나 우유부단해서 그 기회를 덥석 움켜잡지 못하면 이내 거두어가버린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 행복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어떤 순간이. 그 순간은 며칠 동안, 때로는 몇 주 혹은 몇 달 이상 지속된다. 대신 단 한 번, 꼭 한 번뿐이다. 나중에 아무리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려 해도 불가능하다. 더이상 열정과 신뢰와 믿음을 위한 자리는 없고, 희미한 체념과 서로를 향한 서글픈 연민과 뭔가 일어날 수 있었으리라는 적확하고 무의미한 감정만이 남을 뿐, 우리에게 주어졌던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건만 증명한 셈이 되고 마는 것이다. 

- <지도와 영토>, 미쉘 우엘벡
by neverC | 2012/11/23 00:43 | + | 트랙백
세계최초 ‘십자가 빌딩’ 조감도 모습



기독교의 상징물인 십자가를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관광자원화 하자는 취지에서 이찬석 씨와 엄신형 목사의 기획에 의해 추진된 ‘십자가 빌딩’의 모습이 오랜 시간의 작업 끝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종교적인 상징성을 구현해 대한민국을 기독교 공화국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의견이 지배적이던 우려와는 달리 비밀을 벗은 십자가 빌딩은 단순한 십자가를 넘어 인류의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물로서의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이 씨 측은 밝혔다.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은 종교적인 상징성을 떠나 우리나라에 꼭 건립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느끼게 한다고. 시공사는 여러 건설사와 협의 중에 있으며, 2월 중 부지가 선정되고 차질 없이 사업이 진행된다는 것이 김윤섭 공동 추진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작품의 디자인은 환경포럼 종합건축사무소 대표인 구영모 씨가 맡아서 했다.
by neverC | 2012/02/07 22:36 | l 12 | 트랙백
Cine 21 서면 인터뷰
Cine 21 _ 다큐멘터리 진실의 문이 열린다. No. 821 l 2011.09.29  
인터뷰어_ 김성훈 (Cine21 기자)


처음부터 이 밴드를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언제 처음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요?

네 제가 밤섬을 처음 보게된건 2010년 두리반에서 열렸던 51+ 페스티벌 때였는데요. 기억을 더듬어보면 제 느낌은 "재밌는 친구들이네" 정도였던 것 같아요. 말씀하셨다시피 제가 처음부터 밤섬해적단을 염두해두고 작업을 진행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당시 제가 준비중인 다큐멘터리 프로젝트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요.아무래도 그동안 제가 미술을 전공하고 영화의 경계에서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었는지라 한편으론 다큐멘터리나 장르적인 영화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다음 작업은 꼭 인물 다큐를 찍어봐야겠다라고 생각만 거칠게 정리해두고 있었던 참이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찮게 밤섬의 공연 영상을 인터넷에서 다시보게되었는데요.  ppt를 제작한 뒤, 프리젠테이션을 쏘며 공연을 진행하더군요. (아무래도 이들의 음악은 가사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공연내내 스스로 자기들의 음악을 설명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그들의 공연은 한편의 마당극 혹은 현대미술 퍼포먼스처럼 보이기도 했어요.51+때는 단순히 공연만 봤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ppt쇼와 함께한 공연을 보게 된 것이지요  http://www.vimeo.com/23020967

이러한 과정 속에서 밤섬해적단의 음악과 자료들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고 그들의 음악이 동시대 한국사회의 부조리에서 출발하고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구요. 왜 이들은 이런 음악을 할까. 그들의 삶은 어떠할까.

무대 위의 밤섬해적단에 대한 첫 인상이 궁금합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한편의 마당극 같았어요. 실제 밤섬의 공연은 음악 자체의 공연 시간보다 자기네들이 무대위에서 웃고 떠들며 잡담하는 시간이 더 길어요. 이게 한편으로는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처럼 보이더군요 정작 그들이 음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사회에 대한 풍자이고 그 뜻은 가사 속에 숨어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음악 자체는 노이즈에 가깝죠.의미는 커녕 가사 내용조차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요. 전 이러한 상황자체가 한국사회에 대한 적절한 비유처럼 느껴졌습니다

제주도에서 제게 "기존의 음악 다큐멘터리와 다른 작품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감독님이 구상하고 있는 작품(내용과 형식)은 어떤 작품인가요? 또, 왜 밤섬해적단의 어떤 면이 그런 형식을 택하게 했는지요?

글쎄요. 일단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는 표현이 '선언적 의미'는 아니었다는 걸 미리 밝히고 싶군요. 일반적인 음악 다큐의 이야기 구성을 쫓아간다면 오히려 답은 간단하죠.  전통적인 플롯구조 속에선 대부분의 관객들은 음악과 함께 일반인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삶들을 엿보고 싶어할 것 같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음악다큐의 결말은 상당히 낭만적이죠 . 하지만 밤섬해적단의 경우는 좀 다른게 이 친구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행위에 대한 당위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아요. ( 이 부분은 좀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데요) 지켜보건데 홍대 두리반부터 명동 마리 제주도 강정마을까지 정치적으로 첨예한 공간에서 활동해왔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 정치적 도구화시키지는 않더라구요. 사실 이 부분이 모순적인데... 즉 밤섬이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지금 사회가 밤섬을 호출하려는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들어 밤섬이 유명해지면서 여러 매체를 통해 인터뷰가 들어오는데 재밌게도 항상 마지막에 물어보는 것은 취업 얘기거든요.어떻게 음악을 하며 먹고살건지 굉장히 원론적인 질문을 하는데 더 재밌는 것은 그 질문의 주체가 20대들이에요. 결국 자신의현재 고민을 밤섬에게 투사하는 것인데 이때 밤섬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해버려요. 밤섬  역시 정말 잘 모르겠어서 그런거니까... 뭐랄까요 스스로를 대표화시키질 않는 거죠. 그런 욕망도 없어보이고.

이런 친구들을 어떻게 영화로 담아낼까. 분명한 것은 기존의 음악영화 구조로는 이 친구들의 고민을 온전히 담아내긴 힘들다는것이었고 그렇다면 밤섬에 맞는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음악 다큐와 다른 작품이 될거라고 말했었을 것 같아요.

내용적으로는 이러한 언급한 지점들, 즉 밤섬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밤섬을 호출하려는 사회의 욕망들을 영화를 통해 잘 보여주고 싶어요. 아마 그 부분들이 들어내는 순간은 밤섬이 될 수도 있고 밤섬을 둘러싼 사건일 수도 있겠죠. 분명한 것은 밤섬이 속한 홍대 자립음악가들의 활동이 이미 딱딱해저버린 정치적 이분법을 너머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지점이에요. 두리반에서도 그러했고 명동 마리에서도 그러했고 제주도 강정에서도 관객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겠죠.

형식적으로는 우선 제가 밤섬의 음악을 듣고 느꼈던 첫번째 감상은 이 친구들의 음악은 '듣는 음악'이 아니라 '읽는 음악'에 가깝다라는 생각이었어요. 가사의 내용이 그만큼 중요하고 음악 형식적으로도 전위성을 띄고 있죠. 제 예전 작업들(http://www.vimeo.com/2187375) (http://www.vimeo.com/12046601) 역시 본래의 음악이 갖고 있는 메세지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들을 진행해왔어요. 여기서 밤섬의 음악은 반공 및 대립적인 이념문제, 비정규직등 한국사회의 부조리 그 자체를 그 모태로 삼고 있죠. 그리고 그 현장에서 스스로 공연을 하구요.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밤섬의 행적을 쫓아가는 음악다큐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동시대 한국사회를 그려내려는 풍경화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촬영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했나요? 지금까지 전국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을 다녔는지요?

올해 2월부터 시작했구요. 그동안 강릉. 제천. 청주, 제주, 대구, 부산등을 다녔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방을 같이 다니게 된 까닭은 밤섬의 의지가 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밤섬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에게 뭐가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지방을 다니고 싶다고 하더군요.  왜 지방을 가보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이유는 단순했었습니다. 모든게 홍대로 집중되는 현실이 싫어서라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면 밤섬의 공연은 홍대에서만 이해되는 반어법이기도 해요. 밤섬을 지지하고 그들의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들은 홍대로 와야하죠. 거꾸로 밤섬이 지방으로 갔을 땐 그들의 음악이 일종의 소음이나 폭력으로 받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밤섬의 경우 이런 경험 자체도 자신의 음악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고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대 아닌 다른 곳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싶어했었습니다.

함께 하면서 있었던 재미난 일화나 당혹스러운 일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 중 두 가지만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방 공연을 갈 때마다 아이들이 가방속에 책을 하나씩 가지고 오는데 그 책 내용이 재밌어요. 예를 들어 장하준의 신작이라던지. 5.18 인터뷰집과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지방마다 복덕방에 붙어있는 그 동네 월세 가격을 유심히 봐요. 보는 입장에 따라 별 일 아닐 수 있는데 전 이 부분이 재밌더라구요. 이 친구들의 행동에는 홍대 지역 대부분이 상업화되면서 기존의 인디신이 급속도로 위축된 영향도 큽니다. 사실 음악을 하고싶어도 공간이 없으면 힘들죠. 합주실부터 공연장까지 모든게 돈이니까요 게다가 서울은 땅부터 이미 포화 상태이구요. 아이들이 월세 가격 알아보는 이유도 이런 현실적인 고민에서 비롯됬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좀 재밌고 귀엽죠.

(당혹스러웠던 적은) 얼마전 명동 마리에서 학생들과 용역들하고 대치상황일 때 그 과정중 용만씨가 새벽에 경찰에게 연행된 적이있었어요.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이라 서대문 경찰서에서 용만씨가 조서쓸 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안에 상황을 모르니까 속으론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겉으론 의연한 척 애쓰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밤섬해적단이 처음부터 카메라에 마음을 잘 열던가요? 언제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나요?

다큐멘터리에서 감독과 대상의 관계는 일방적인 짝사랑과 같다라는 표현을 쓰던데요. 굳이 비유하자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왜 사랑하냐고 굳이 질문하진 않겠죠  저는 다큐멘터리에서 대상과의 신뢰도 그런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밤섬이 카메라에 대해 마음을 열게할까 고민보다 제가 어떻게 밤섬과 관계를 맺을까에 대해 고민이 더 컸었습니다. 아마 초반에 밤섬이 카메라에 어색했었다면 연출자인 제 탓이 더 컸을 꺼에요.

제가 이 다큐를 찍으며 세웠던 인물에 대한 원칙이 있다면 이런건데요. 이 친구들은 제가 다큐를 찍기 전에도 즐겁게 음악을 했었고 다큐가 끝난후에도 즐겁게 음악을 할 친구들이라는 사실이지요. 항상 이 부분을 중심에 놓고 밤섬과 관계를 맺고 싶었어요.실제로 전 현장에서 다큐를 찍는 시간보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보는 시간이 더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놓치는 장면도 많긴 하지만 그게 결과적으론 맞다고 생각하구요.. 언젠가부턴가 저 스스로 촬영 나가는게 즐겁더라구요. 작업한다는 생각보다 아이들 볼 수 있어서 좋고.. 또 바빠서 못볼때는 잘 지내는 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마 그때부터가 서로에게 가까워졌다라고 생각하게 된게 아닐까 싶네요.

 밤섬해적단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요?

저는 그동안 작품에서 한국 사회의 정치적/역사적 현실의 아이러니들을 작업의 지속적인 주제로 다루어왔어요. 이러한 작업 과정 속에서 밤섬해적단이 가지고 있는 초반의 문제의식은 제 관심과 조금은 동떨어져 있어보이도 했습니다. 때문에 영화의 주제를 설정하는데 있어 여러가지 방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결국 이 영화는 음악다큐를 표방하지만 모든게 불확실한 20대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이고 동시에 한국사회의 고민인 것이기도 하지요. 밤섬은 이러한 현실에서 계속해서 돌고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요. 때문에 저는 연출자로서 동전의 어느 한면을 선택하기보다 그 도는 과정 자체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고 싶어하지만 세상은 불확실하고 오늘날 사회는 취업이라는 하나만의 대답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대표화시킬 생각보단)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밤섬의 고민과 선택이 지금의 20대 친구들에게 위로와 좋은 응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업하면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검 무엇입니까? 양평에서 일단 찍어놓는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감독님 스스로 계속 무언가를 고민하실 것 같습니다.

이 작업이 위에서 언급한 주제까지 이야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겠지요. 여기엔 우선적으로 연출자로서의 제기량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극 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질문이 인물보다 앞서나간다고 해서 영화가 좋아지는 것은 아닌 것같습니다. 저와 관계 맺고 있는 인물의 성장 역시 중요한 부분인데요. 이 작업이 단순 음악다큐를 넘어 관객들에게 보편성을획득할 수 있길 바라는 입장에서 마지막까지 밤섬과 함께 질문해봐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촬영은 언제까지 할 것이며 후반작업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요?

앞으로 계획은 올해 지방 공연을 몇차례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밤섬이 올해 대학을 졸업하니까 이후 1년 정도는 더 지켜보고 싶네요. 아마 내년 하반기부터 편집과 동시에 촬영을 진행하고 2013년 상반기부터 우선 영화제를 통해 공개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by neverC | 2011/11/29 18:54 | +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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